가난과 빈곤을 마치 포르노처럼 소비하는 것에 대한 일침을 담은 기사를 읽은 적 있다.

그것과 비슷한 맥락인걸까. 

내가 암인 것을 알고나서, 암환자에 대한 환상과 이미지가 영화나 드라마, 각종 컨텐츠에서 신명나게 소비되고 있음을 알게됐다. 

드라마 속 여주인공들은 암이나 불치병에 걸렸는데 모두 말기라서 치료는 불가능하고, 괴로워하는 모습이 나오지만 그마저도 아름답다. 그렇지만 현실 속의 암은 어떤 낭만적인 것이 아니다. 내가 경험한 것처럼 더럽고,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그런 암도 있다. 또 늦기 전에 치료를 받아 암에서 벗어나거나, 재발의 위험 속에서 두려워하며 살아가는 그런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그런 암환자의 모습은 잘 다뤄지지 않는다.

내가 생각해도 재미가 없을 것 같다.

재발을 두려워하며 5년동안 전전긍긍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은 너무 긴 흐름이고, 극적인 재미도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가끔 내가 마주치는 미디어 속의 암환자의 모습은 날 슬프게 만든다.


사람들은 죽음을 면전에 두고 많은 것이 바뀐다고들 한다. 

나는 말하고싶다. 많은 것이 바뀌긴 하지만, 내 알맹이가 바뀌진 않던데요.

암에 걸린 것을 알고 처음엔 내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을 모두 try해보고 싶었다. 뭔가 억울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그러나 그런 경험 속에서 느낀 것은 이렇게 헐레벌떡 속성으로 무언가를 경험하는 것은 별로 큰 의미가 없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이 변하지는 않는다는 거였다.

암에 걸리면 뭔가 많은 것이 바뀔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다. 내 나이를 고려할 때 더더욱 신기한 부분이다. 나를 둘러싼 상황이, 배경이 바뀌었을 뿐 조금 단단해진 것 외에 나는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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